초등학교 때 추석 명절로 온 친척이 모인 날이었어요. 비슷한 나이대 사촌들이 여럿이라 모일 때마다 온 집안과 놀이터를 돌아다니며 격하게 놀았거든요. 한참 재밌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고모가 큰 소리로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.

"기집애들이 기가 세서 오빠를 이겨먹으려고 그런다!"

사촌들과 게임에 몰입해서 서로 승부욕을 불태우긴 했지만 꼭 '오빠를 이겨먹으려고' 한 건 아닌데. 모든 아이들이 이기려고 열심이었거든요. 그런데 남자애들은 쏙 빼고 저와 여자 사촌만 콕 집어 '기집애들이 기가 세다'고 나무라시는 고모의 표정에 풀 죽어 놀이를 그만뒀던 기억이 있어요.

그 이후로도 기가 세 보인다, 센 언니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. 비슷한 성향의 남자들에겐 '남자답다', '강하다'라고 하지 '센 오빠'라고 하지 않잖아요. '여자는 그러면 안 돼'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 같이 들리거든요.

자기주장이 확실하고

원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고

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